"대대적인 감세정책이 필요하다."

2005년 2월 임시국회, 당시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소득·법인세율을 일률적으로 내리는 것보다 선택적인
감세가 효과적이다"이라고 말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호통을 쳤다.

지난 6일 현직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박재완 장관 내정자의 6년 전 모습이다.

세제분야에서는 과거 재무부 시절 당시 윤증현 세제실 국장
밑에서 잠깐 근무했던 경력이 전부이지만 조세정책에
대한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정치인의 말은 수시로 변한다지만 그동안 박 내정자의
발자취를 볼 때 그를 확고부동한 감세론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는 강만수 전 장관시절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윤증현 장관의 재임기간 동안 위기극복과정에서 취약해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감세정책에 완급을 조절하는데 주력했다.

오히려 소득공제 축소 등 비과세감면을 축소·폐지하고
해외금융계좌신고제 도입, 세무검증제 도입 등 새로운
세원(稅原)을 쥐어 짜내는데 주력했다.

감세론자인 박재완 장관 내정자의 등장이 조세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 내정자는 특히 유류세 인하에 적극적이다.

현재 고유가에도 유류세율 인하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재정부 정책과는 다소 상반된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는 2004년부터 유류세율 인하를 주장해 왔고, 2005년
국회의원 신분으로 유류세율을 10% 인하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세수부족론에만 빠져들지
말고 유류세의 한시적 인하를 적극 추진하라"고 당내
유류세 인하 여론을 주도했다.

유류세 인하의 체감효과가 적고, 세수감소가 크다는 정부의
고민은 당시나 지금이나 같은 상황이지만,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유류세 인하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8년 결국 정부가 유류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유가환급금을 지급하는 등 유가정책을 쏟아낸 것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그의 작품.

박 내정자는 담배세 부담도 줄여야 한다는 편에 서 있었다.

담배세는 최근 인상논의가 불거져 논란이 됐던 대표적인
'죄악세(Sin tax)'다.

그는 2005년 담배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과 담배소비세
등을 전면 폐지하고, 국세 형태의 '담배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담배세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담배값이 인상되면 서민 흡연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담배값에 붙는 각종 부담금과 지방세인 담배세를 국세로
전환해서 국회가 일괄적으로 관리, 담배값을 함부로
인상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2007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와 공동으로 '부동산 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1주택자에 대한 세금부담 완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도 그의 감세론자적 성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는 기획재정부 외청인 국세청의 국세행정에도 관심이 많았다.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세부담 경감을 위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권력에 견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깔려 있었다.

2007년에는 세무조사 행정에 관한 업무를 별도의 법으로
규정하도록 해서 정치적인 세무조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세무조사에 관한 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세청 산하에 민간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세무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세무조사 대상의
선정기준 및 선정방법, 선정절차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2009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국세청
조직개편방안을 주도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